아아 이루소서 다시는 내가 나로 환원되지 않도록!
- 미켈란젤로 [시집]135


머리 가까이 어둠 속에
숨죽인 바다
눈 감은 물결소리
감은 눈에
어두운 하늘가에
말없이 떠도는 구름.

돌베개여 돌베개여
돌베개에 쏟은 잠이여
네 가볍게 흔들리는 머리에
내 머리칼을 묻고
조심히 가는 나날의
市帳을 들춰본다.

실로 배반한 자를 찾음이 부질없도다.
남을 등지기에 앞서
자기 하늘에 장막을 씌웠노니
포장 속에 우는
어두운 바람소리
희미한 황혼
내 텅 비인 마음으로
옷을 갈아 입고
보이지 않는 산을 여러 번 오르내렸노라
빈 산
그 위에 하늘
큰 황혼 진 읍내에
오르는 연기,
실로 오랜 기다림
그 긴 기다림에 밀려
막막히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몸짓으로 될 때까지
나는 보았노라
초저녁 읍내에 부는 스산한 바람소리를
바람 속에 울리고 또 내리는 불빛을
이제 시야 속의 어지러움을
조심히 꺼리노라.

돌베개여 돌베개여
내 머리 속에는 벌써
식물의 憂愁가 자라고
그 뿌리는 벋어내려 헛되이
표본 상자 속의 모래를 부술 뿐이다.
너의 기다림은
돌베개 위의 가벼운 잠이요
새벽 하늘에
무심히 무심히 흐르는
한 줄기 가벼운 구름이로다.
동녘 하늘가에 짧은 黃道光 뜰 때
내 사는 나날의
바람 낀 모든 장막이 들릴 때
바람 뒤에 비치는 비인 물결소리
바다 바다
내 텅 비인 마음으로 기슭에 나가
새벽 바다를
조심히 보지 못하노라.

죽은 친구 집 문 앞에
말없는 들
마음을 끄노니
남몰래 가 넉넉히
거닐고 거닐고, 할 따름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