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운다.
처서 지나고 세상은
갑자기 서늘해졌다.
순식간에 식어버린 욕망을 내려놓고
벌레우는 소리에 마음을 기울인다.
벌레는 사실 우는 것이 아니다
날개를 비비거나 온몸을 떨며
애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지금 나 죽는다 해도 세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나 하나 없어져도 달라질 것 없다.
단지 숟가락 하나 줄어들 뿐
손가락 끝으로 툭, 퉁기는 순간 깨져버리는
물방울처럼
어디에도 내 흔적 찾을 수 없다.
가볍고, 쉬 마르고,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그곳에
숟가락이나 있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