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갖고 하는 짓거리 중에
못된 것 하나 있으니
목돈 같은 푼돈 빌려주고 살금살금
벼룩이 간 빼먹듯이
가난하고 찌든 인생들의
심장에 매일 매일 도장 찍어대며
큰 소리 치는 작자들이다.

시장통이면 어디나
돈지갑을 옆구리에 차고 나타나
꼬리 살살 흔들어 대는
돈 여우 같은 여자나
돈 도깨비 같은 사내가 있다.

목돈 만져보기가 하늘에 별따기 같은
장사꾼들에게 다가가
목돈 줄테니 푼돈으로 갚으라는
구설수에 넘어가고
방값에 등록금에 마지못해
굽신거리며 빌려쓰고 나면
날마다 코에 돈줄이 꿰어
심장에 도장을 한방씩 얻어터져야
살 수가 있다.

장사가 안되 밀리기 시작하면
욕을 먹기가 일쑤요
누가 쓰라고 했냐는 면박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목돈이라 쓸 때는 좋았는데
갚기는 이리도 어려운지
갚을만 하면 또 일터지고
갚을만 하면 또 일터지고
시장통엔 일수돈 갚다가
신세 망한 사람도 한둘이 아닌데

세상에 많고 많다는
돈돈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하루 온종일 허리 휘도록 일하는
인생들이 살기가 더 힘든 것일까?

어떤 놈들은 빈둥빈둥 놀면서도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한데
어떤 놈들은 푸석푸석하기만 한가?

이 세상에 가장 악질적인
돈놀이가 있다면
남의 심장에 날마다 도장찍어 가며
번지르르 하게 살고 있는
일수쟁이가 아닐까
예라 이놈들아 한 오백 년
잘먹고 잘살아라

내 돈 빌려주고
이자 좀 받고
어려울 때 빌려주니
인심도 좋은 것이 아니냐 할 것이나
돈놀이로 남의 애간장 빼내어
잘먹고 잘살아도 뒤탈은 항상 있는 법

하늘이 무서운 줄을 알면
기왕에 벌은 돈 있는 돈
남을 위해서도 쓸 줄을 알아야지
뒷탈이 없을 것이 아닌가
세상은 함께 사는 것
돈도 쓰기나름에 인생이 달라지는 법

지금도 이 골목 저 골목 돌고돌며
여우짓하는 일수쟁이들아
정신을 차려라
너의 수의에 동전 한 닢도 들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