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손가락에서 시작되었다
떨리는 엄지손가락이 神의 초록 버튼에 닿는 순간
세계가 당신 앞에서 춤을 춘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제2차 세계대전의 폭음을 대학가요제가 덮어쓰고
앵콜 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넥타이를 다시 맨다
빠리 패션의 유혹에서 한국차의 자존심까지
순식간에 지구를 몇바퀴 돌다 지친 당신에게
토요일 밤의 神은 긴장을 풀라고 충고한다
맥주를 마시고
향수를 뿌리고
랜드로바를 신고
그래도 피곤하면 황제에게 바치는 자황보약을 주욱 들이키고
다시 지구를 쇼핑하라고 유혹한다
좋은 말 할 때 들으라고, 채널을 바꾸어 협박한다
그날 밤은 그렇게 끝날지도 모른다
당신을 원격조종하는 초간편 神과 씨름하며
스위치를 끄는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졸리운 눈을 부빌 때
예약녹화되지 않은 진짜 고독과 공포가 엄습한다면
어떤 꿈으로 당신은 그를 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