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친구여!
하얀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외출을 하고 싶다.
감정적인 사람들은 변화에 민감한가 보다. 이럴 때면 그럴 듯한 카페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한겨울의 정취를 느껴 보거나 한없이 걸으며 눈보라 속에 빠져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창문을 열고 하얀 만남에 시선을 쏟는다.
외출! 외출이란 무엇인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울안에서 떠나는 것, 새로운 변화와 만나는 것이다. 외출은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사랑과 그리움이 돋아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아니면서도 신나는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은 충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요한 마음에 파도가 치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에게 외출이라는 개념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나 오늘 외출이야" 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때로는 직장동료들도 가족들도 호기심이나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외출이란 이름 속에서 뜨거운 동경과 깊은 슬픔이 있고,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화려한 광채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 인생자체가 외출이 아니던가? 인생 그것은 어머니의 복중에서 벌거벗은 채로 태어나 자라갈수록 그럴 듯한 명분으로 살다가 결국 수의 한 벌 입음으로써 외출은 끝나고, 외출을 기념하는 비석이 무덤 앞에 세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인생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노래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외출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든 것은 달라지는 것이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외출, 만나줄 사람이 있는 외출일 때는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의 외출보다 더 좋은 외출이 있겠는가. 혼자만의 외출보다 고독하고 초라한 외출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가족이라는 동반자를 만드는가보다. 삶이라는 외출에 사랑의 울타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외출을 할 때면 자기의 옷 중에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는다. 여인은 외출을 할 때 새롭게 화장을 한다. 거울을 보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할 때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외출을 할 것이다. 발걸음도 마치 음악의 리듬을 타듯 가벼워질 것이다.
계절로 말하면 봄은 외출의 시작이며, 여름은 외출의 절정기며, 가을은 외출에서 돌아올 때이고, 겨울은 두문불출의 계절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들의 삶 속에 화려한 외출은 있는가?
오래전에 읽은 어느 이야기가 있다. 「젊은 청년이 호수가로 매일마다 외출을 한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환상에 빠져 보고 벤치에서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날 백마 두 마리가 마차를 달고 오는데 그 속에 신데렐라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술에 취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이끌리어 꿈 속인 듯 하룻밤의 사랑을 이룬다.
단잠에서 깰 무렵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자기가 잠자고 있는 곳은 창녀촌이었고 자기 곁에 화장짙은 늙은 여자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화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화려한 외출만을 꿈꾸는 것은 꿈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인생이란 꿈이나 소설 또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꿈 속에 백작이나 신데렐라는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의 외출이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이다.
막연한 외출은 무너져 내리는 허무만을 가지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행복은 우연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행복은 가꾸고 꽃피워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출의 위험은 불만의 상징이다. 바람의 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출을 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보다 더한 물거품은 없을 것이다. 화려한 외출을 당신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은 악마의 속삭임일 뿐이다.
「화려한 외출」이라는 이름의 세상 바람은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신선함보다는 돌이킬 수 없는 굴레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바람이 나뭇잎새를 흔들려고 부는 것처럼 화려한 외출이란 외출을 하면 할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람만이 외출을 한다. 만나는 것마다 흔들어버리고, 만나는 것마다 날려보낸다. 누구나 살아가며 때론 떠나가고 싶어하지만 돌아온 뒤의 초라하고 허탈한 모습을 아는 사람은 화려한 외출이라는 이름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다만 때론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혼자 걸을지라도 가슴에 새겨지는 여운이 더 멋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외출이라면 길과 진리와 생명을 주는 분과 외출을 하고 싶다.
어느 날인가, 이 땅에서 떠날 죽음이라는 영원한 외출이 우리에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실함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오늘도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을 심방하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외출을 준비한다. 창 밖의 하얀 눈은 지금 내 마음에도 내리고 있다.
샬롬, 사랑하는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