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사실은
실재하는 것이 없다는 그 말을 나는
내 것으로 할 수 없다.
소음과 매연 너머 설산이 떠오르고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길 위로
폐차 상태의 자동차와 릭샤가 엉기고
복제품과 불량품과 민속품이
한꺼번에 흥정되는 생업의 나날이
인종과 인종이 충돌하는 소란 속에 뒤엉기는
난장판의 이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존재하는 것은 다 환幻이라는
경전의 그 말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폭격 맞듯 혼란한 골목길을 빠져나와
반챠가르쯤 앉아 숟가락질 해보는
기품 있는 이 저녁도 믿을 수가 없다.
한겨울에도 눈 내리지 않는
영상의 체온이 숭배하는 설산
금박의 만다라와 고가高價의 탕카 일별하며
타멜 빠져나와
스와얌부나트나 부다나트쯤서 바라보고 싶은 설산
심안心眼이 열리면 찾을 수 있을까?
스투파에 그려놓은 저 지혜의 눈 열리면
찾을 수 있을까?
어디에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도 다만 몸 있는 동안만 있을 뿐
세상 있을 동안만 있을 뿐
과거, 현재, 미래가 사실은 한자리에 찍어놓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대책 없는 그 말을 나는 내 것으로 가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