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어난 나팔꽃들이 말의 씨앗을 물어다 주는 햇살들을 낼름낼름 받아먹고 있다
제 목구멍에 가득한 말들을 뱉어내고 싶은 심정 꾹꾹 누르고 참아내고 있는 꽃의 인내

꽃의 향기가 내 코끝 언저리를 맴돌다 폐부 깊숙이 들어와 제 숨을 죽인다
깊이 들이쉰 들숨을 내뿜으려고 너에게 뿜으려고 너를 찾아 헤맨다

너는 아무 데도 없고 아무 데도 있었다
저 꽃이 너라고 생각하다가 곧 시들어버릴 너라고 생각하다가
꽃무덤 속 꼭꼭 여며두었던 흑요석 같은 씨앗들

두 손 가득 받아낸다
내 손바닥 위에 한 꽃밭 넓게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