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자, 하늘은 금세 멍이 든다

살기가 좋다는 소읍은 조금 더 가야 나온다
이 다리는 읍의 외곽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깊어질 겨를 없이, 사행천은 들판을 거친 욕망으로 범람하며
제 온몸을 뒤틀어, 너른 하상을 자갈밭으로 일구어 놓았다
지금은 한쪽으로 얕은, 미끄럽고 더러운 이끼들을 늘어뜨리며
탁한 하수가 흐르고, 또 어둠을 틈타 공장들에선
지극한 배설물들이 피고름처럼 비밀스레 흘러들곤해서,
아직도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그러나 이제는 잘 만날 수 없는 生의 낙오자들이
혹 하나둘, 이 다리를 느릿느릿 건너는 동안
참기 힘든 악취로, 그의 행색을 더 비루하게 만들곤 한다
자가용을 타거나, 버스라도 타고서 이 긴 다리를 건너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급히 창문을 닫으면
그걸로서 끝이겠지만, 가끔 경운기에 벽돌 같은 것들을 싣고
이 다리를 건너야 하는 불운한 노무자는
그 느린 속도만큼이나 단단히 각오한 듯, 굳은 표정으로
똑바로 앞만 보고 건너가곤 하였다

그 컴컴한 허공에 무엇이 있나, 어둠을 찬찬히 들여다보지만
산이 더 컴컴한 옆구리로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달빛이 질린 듯 멀리서 희미하였다
강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자갈밭 한쪽에는 멈춰버린 지 오래된 골재 채취기가
쓰러져 파묻힌 거대한 로봇의 동체 일부처럼
황폐하게 드러나 있고,
그 너머 미루나무들이 컴컴하게, 목마른 행렬을 이루었다
나는 이 밤이 다하기 전에, 저 소읍에 들어갈 것이다
그곳에 안식이 있겠나, 정말로 거짓 같은 평화가 있겠나


*『소읍에 대한 보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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