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하느님은 지상에 내려오신다
날 좋은 한 때를 골라
잠시 세상 구경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잠자리의 몸을 빌려 시냇가 근처를 가벼이 산택중이시다
강아지풀 위에 살랑 내려앉아
맑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두리번거린다
조약돌도, 부레옥잠도, 물풍뎅이도
살짝살짝 볼을 어루만지며 고놈 참,
이쁘다 이쁘다 하신다
늙은 사내가 나이를 잊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불과 몇 걸음 앞에 빛나는 성체가 있다
격정의 흙탕물을 맑게 가라앉힌 가벼운 날개가 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
숨죽인 손끝이 파르르 떤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감전의 찰나
포르릉, 하느님이 땅을 버리고 날아간다
늙은 사내
길바닥에 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