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아
우물은 배가 고프다
고픈 만큼 깊어진 우물엔
어룽어룽 별빛 일렁이고,
웅얼웅얼 누군가 흥얼거리는 노래도
물결 위에 살랑이지 않느냐
애인아
자꾸 뒤돌아보지 마라
하늘의 양털구름
그 위에 마음의 융단을 깔아라
깔깔거리는 저 웃음소리
반짝이는 눈빛들
네 몸 속에 찰랑찰랑 넘치지 않느냐
애인아
날이 저물기 전에 어서 오너라
기쁨의 날은 오래 가지 않으니
배롱나무 꽃단장 거두기 전에
어서 가서 입맞춤하여라
애인아
배가 고픈 애인아
주린 배는 추억의 슬픈 곳간이다
뼈아픈 후회와 탄식의 여울이다
네 몸이 흐르는 대로
네 발이 닫는 대로
따라가거라
흰 자작나무숲에 가슴 두근거리며 너를 기다리는
눈빛 고운 풀꽃 하나 거기 있을지니
빛나는 노래 한 소절 반짝이고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