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벚꽃놀이 인파로 길도 사람도 생니 앓듯 앓는 날
며칠 동안 발정을 참지 못하고 뒹구느라
단 한 발자국도 걸음을 떼지 못한 고양이를 데리고
불임수술 받으러 간 병원

생애 처음인 발정이 죄 되어 네 발이 따로 묶인 고양이의
희디흰 배에 꽂히는 칼날의 눈빛
고양이의 배를 가르던 의사 말하길
자궁 색의 진하기로 발정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데
잘려져 핀셋에 들어올려진 자궁은
자근자근 씹다 뱉어버린 포도껍질이다

추운 봄밤 여관 불빛 아래 멈춰서 똑똑 욕망을 따치우던 사내들도
퀭한 수천의 눈을 매단 벚나무에 몸을 부비던 나도
발정으로 오는 것을 빛으로 받았던가
발정으로 닥치는 것들을 완강히 파도로 받았던가

처음이되 마지막이었을 발정이 생의 한때를 뒤흔들었겠으나
그것이 먹물처럼 차려진 어둠인지
저릿한 희망 같은 것인지 구분되기나 했을까
풀리지 않은 마취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고양이의
그렁그렁한 눈을 찌르고야 마는
저 선득선득한 것들이
고양이에게 벚꽃이었을라나 섬광이었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