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뒷울안에 눈이 온다
죽은 그림자 머언 기억밖에서
무수한 어둠을 쓸어내리는
구원한 하늘의 說話.
나는 지금 어둠이 잘려 나가는 순간의
분분한 낙화 속에서
눈뜨는 하나의 나무, 눈 뜨는 풀꽃들의
건강한 죽음의 소생을 듣는다.
무수히 작은 아이들의 손뼉 소리가
사무쳐 있는 암흑의 깊은 땅속에서
몸살 난 곤충들은 얼마나 앓고 있는가.
사방에 思惟의 충치를 거느리고
밋밋한 樹海를 건너오는
찬란한 아침 광선.
수태한 여자의 방문 앞에서 나는
청솔과 반짝이는 동전 몇 닢을 흔들며
자꾸만 서성대고 있다.

Ⅱ
아침 한때, 純金의 부리로 빨갛게
새들은 남은 殘雪을 쪼아 대고
그때 무어라 읽고 가는
바람의 傳言.
수런거리며 은빛 비늘이 돋아나는
樹皮의 깊은 안쪽에서부터
몇 개 새순이 자라나고 있는가
사랑의 품사들로 점점 물들어 가는
나의 눈과 목소리처럼
예지의 광채가 가지 끝에 앵기어
비쭉비쭉 푸른 혈관이 일어서면
저 유난히 커 오르는 숨소리를
내 아내의 어린 살빛은 듣고 있다.
자꾸만 바람 뜨거운 나뭇가지 끝에서
까치들은 한 소절의 노랠 부르며 있고.

Ⅲ
홀연 도련님 눈썹 위에 내려앉은
청아한 뻐꾸기 울음소리.
봄의 젖줄을 잡아당기는
따스한 모정이 촉감을 한 줄기씩 내리어
꽃대의 燈心을 밝히고 섰는
어머니의 축복을 누가 알까.
가가호호 문전마다
新春大吉이라 榜을 붙이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옮겨 앉는 메아리,
시간은 상처 난 손을 떨어뜨리며 지나가고
겨울 냉기는 땅강아지 발목 앞에서
바쁘게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