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슴이 우는 것인가
비가 내리는 것은
세월의 무심함에
길들여지고
가을 길목으로 불어온 바람은
그대 그리움인가
오늘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삶은
안개 산을 올라
구름바다 위에
지친 삶을 놓아버리고
빛나는
아침 햇살로 부서지고 싶은가
이슬로
한잔 술로 만들고 싶은 마음
그래서 아직
물들지 않은 가을을 마시는가

누군가가 만들어줄 아침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
이렇게 살아 있는 순간이
원망스럽지만
가을을 알려 주는 숲길 따라
세상의 아름다움 느끼면 안될까
그렇게
욕심 없는 그대가
슬퍼하고 있는 사이
살며시 다가가는 내 마음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가을이 내려오는 길목에서
그대를 기다렸다
세상이 물들어 가고 있는데
그대는 이름 모를
들꽃이고 싶은가
그대에게서 무엇이
남은 삶을 짧게 하려는 것이냐

양 어깨 위로 흐르는
잔잔한 강물 같은 그리움으로
그대를 감싸 안는 그리움이고 싶다
짧아진 해 그림자만큼
짧아지고 싶은 그대의 마음을 적는다
그대 곁에 마음 나누고 싶은
사람하나 없어 외롭다면
나 그대의 영원한 머무름이면 어떨까
가슴 안으로
누군가를 들여 놓을 수 있게
한번쯤은
마음 문을 열어 두어도 좋지 않을까
무엇으로 만나도
우리 좋은 인연 아니겠는가
가까이서 거칠어진 숨소리로
그대 가슴을 열고
살며시 손 잡아주면 따뜻한 마음
그대에게로 전해지지 않을까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지만
사랑일 수 있다면 더욱 좋은 것
나의 작은 마음으로
그리움 될 수 있다면
오늘 그대가 들려준 이야기는
내 마음 가득 채운 행복이다
말없는 대화라도 좋을 것 같지만
느낌 있는 대화라면 더욱 좋겠다
숨 가쁘게 달려온 가을이
여름을 밀어내고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삶이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고
떨어져갈 때
그대
기다림으로 보낸 시간은
어찌 해야 하는가
나란히 손잡고 걷지 않아도 좋다

오랫동안 그대 향기에
취할 수만 있다면
잠시 머무는 시간이라 해도
마주치는 그대 눈빛
하나만 봐도 좋겠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무거운 삶은
오솔길에 던져버리고
하늘 보이는 그곳까지 걸어가
아늑한 가슴에 머물고 싶다
언젠가
들여다 본 거울 속의 그대가
그대가 가지고 있는
진실한 내면은 아닐 것이다
모진 세월 앞에 쓸쓸한 웃음일 뿐
마음속에 들어 있는 따스함을
만져 줄 사람 없어
지쳐 있을 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움 하나 없어
비어버린 가슴
그대가 일고 있는 삶은
그런 것
허나 힘든 그대의 삶이
눈물 뿌릴 때
또 다른 삶 하나가
다가가고 있었다
그대 슬픈 마음이
세상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