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피어난 꽃잎인가
가녀린 줄기 위에 피어있는 그대는
가을이 가져다 준 그리움인가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날아오를 수 없는 하늘 향해
흔들리는 슬픈 꽃잎인가
찬 서리에 말라 버릴
애처로운 몸짓은
마지막 향기를 품었고
햇살 아래 배시시 웃는 모습
어둠에서도 알아 볼 수 있는데
차라리 이 계절이 꿈이라면
가을을 부정하지 않으련만
내 마음의 가을은
겨울을 부르는 차디찬 추억일 뿐
한줄기 빛으로는 녹일 수 없는
모든 슬픔을 간직한 꽃이여

희망을 바라고
그리운 이 마중하려고
마지막 햇살에 기도하며
그대 있는 하늘을 바라보지만
만져지지 않는
꿈속의 계절인가
차디찬 바람이 오기 전에
부르는 가을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다
비취빛 바다도 문을 닫아가고
슬픈 바람으로 흔들릴 때
나의 기도는 힘을 잃고
쓰러져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