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카페에서 한물간 화장 짙은
열핏 귀여운 데가 남은 여가수가
노래 부른다 사람이 기다려도
삼 개월은 오지 않는다 손님 중에
누구 계십니까 전화가 울리고
지금은 갈 수 없어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요
지금 올 수 없다면 살아서
무슨 짓이에요 무슨 짓이야 무슨
휴가 말이냐 미친
내일 만나서 이야기해 다신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비겁해요
하지만 사랑해요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네요 보이나요
이런 날 비를 맞지 않고
비 내리는 걸 쳐다보면
빗줄기 정면이 절벽 같아요

내가 안 그랬어요
손도 안 만졌어요
차만 마시고 헤어졌는걸요
내 말 들려요
저 얼굴 지우고 서 있는 낭떠러지 좀
일으켜 세워주세요
날 좀 껴안아주세요
이리 와서 쓰러뜨려주세요
당신은 비겁해요 하지만
사랑해요

저요, 같이 나가면 안 될까요
샤워하시고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당신이 손님이란 걸 아무도 모를 거예요
팔짱은 안 해도 옆에 서 있어주시기만
그것도 성가시다면 저 혼자 알은체를 할게요
저만치만
저 대로변에서 시내로 빠지는 환한 빛까지만
내게 저만치의 하루가 없다면 난 뭐예요 난
어두워지면 부서질 거예요, 부서지기 전에
사라질 당신이 부숴줘요
난 저 빛을 늘 부수고 싶지 않다면
난

소복소복 마음이 가라앉는 게
나 처녀 맞냐
누가 손 태우냐
기침 하나 참는 나나
기차역 대합실에서 못생긴 거지 하나
눈물도 치르지 않고 집적거렸다
한번 줘버렸다 다 줘버렸다
우수, 수향, 해후
아직 안 일어났겠구나
왜 불길하냐
금색 블라우스 단추가 너무 커 보여

흔들리는 카페를 가로지르면
담뱃불 붙지 않는 진공

여름 초록의 머리 위
잠시 잠시 나타나는
재갈 물린 낮달

끄을며

얼마가 흘렀나 이제 들어가야 하나

멘스 끝물에 흘러나온 월차
빠져나오면서 날개에 깃들인 바람
변한 골반을 쓰다듬네

얼마가 흘렀나 이제 들어가야 하나

화장실 거울 앞에서
어귀 전봇대에 기대 서 있는
햇살 좁히며
비스듬히

ㅡ 임후성 ,『그런 의미에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