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말의 푸댓자루를 꼭 움켜쥐고 끌고다녔지
난 언제나 세상의 끝으로 간다고 생각했어
푸댓자루가 찢어질 때마다 덧대어 꿰매고 꿰매고 그랬어
특히 죽음이 날 위협할 때마다

난 내가 사랑이라는 바늘로
그 찢어지는 푸댓자루를 꿰맸다고 생각했어
때에 따라 그 바늘은
믿음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희망이라고 불리기도 했지

하지만 실은 언제나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인간이라는 이름

그런데 어느 날인가
두 천 년이 지나갈 무렵

대숲이 솨-솨- 솨-흔들리고-
땅이-열리고-하늘이-기우뚱하더니-
땅꼬마들이-지하동굴에서-튀어나왔어-
그애들이 - 내 몸을 - 월계수나뭇잎다발로-
그애들이-내 몸을-월계수나뭇잎다발로-
마구-때렸어-마구- 내-몸에서-초록색-
즙이-줄줄-흘러나올-때까지-

아이구-아줌마-정신차려요-
그-낡은-푸댓자루는-왜-끌고다녀요-
버려요-버리라구요-새걸-만들어요-

월계수나뭇잎다발-내-몸-위에-착착-감겨서-
희안해라-달의-무늬를 -새겨놓네-따끔따끔-
아픈-자리마다-달빛이-반짝이고-이게-뭐야-
아이구-이게-글쎄-피-초록-피-아니-다시-보니-
실-초록-실-내-몸에서-줄줄-흘러나와-
땅꼬마들이랑-나랑-달이랑-가볍고-부드럽게-
이어놓는 그러니까-지금-내-곁에 -없는-당신이랑도-

산너머로-보름달이-떠오르다가-호호-웃었네-
잘한다-잘해-더-때려줘라-그-소리-댕댕-
내-귀까지-저절로-들렸네- 난-이제-
낡은-푸댓자루에-연연하지-않을-것- 같네-

아마-내-몸이-바늘이고-실이고-대숲바람이고-달이고-
당신이고-기타등등이-될-것같네-아마-내-몸-위에-
말들이-나타날-것같네-다른-말들-땅꼬마들처럼-
작은-꼬물꼬물-기어가는-희미한-작은-말들-
난-이제-인간의-일에-따로-목매지-않을-것-같네-

아-언제-어떻게-그-지독한-죽음의-늪을-건너왔나-
언제-어느-틈에-내-찐득한-동물의-피가-맑은-초록-
피로-아니-초록-실로-바뀌었나-달빛-출렁이며-내-몸-
깊은-곳에서-이렇게-차고-맑게-다른-천년의-동굴에서-
다른-천년의-하늘까지-이렇게-길고길게-유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