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나비가 아니다
파리는 나는 것보다 빨리 와서 붙는다
붙어 먹는다
벽에 천장에 바닥에
사람의 입술에
사람의 똥에
사람의 밥에
달라붙어서 침뱉고 욕하고 살살 빌고
뒤로 돌아서 다시 침뱉고 욕하고
오줌 똥 찍 갈겨 놓고
휭
날아가 버린다
나는 것보다 더 빨리 와서 도로 붙는다
벽에
천정에
바닥에
입술에
똥에
밥에
그리고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鄭선생은 그의 아내와 어린 것들 생각 때문엔지, 가끔 벽 쪽으로 돌아누워, 몰래, 우는 것 같다, 오늘도 그는 가족들이 넣어 준 돼지 불고기를 먹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통에, 함께 식사하던 申교수와 崔교수는 잠시 젓가락을 놓아야 했다. 그의 울음이, 나는 비위에 거슬렸다. 너무 슬프면 화가 난다. 나는, 그만하시고 빨리 드세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굵은 눈물을 손등으로 문지르면서, 죄송함다, 죄송함다, 드세요, 하면서, 오늘 낮 가족들이 넣어 준 돼지 불고기를, 드시 먹기 시작한다, 오늘 그가 나갔다 들어왔을 때는, 왼쪽 귀가, 벌겋게 되어 있었다,
매일 아침 우리는 따로 따로 불려 나갔다 늦게 들어왔다, 그것을, 申교수는 '아침의 세리모니'라고 불렀다. 그는 하이델베르크 박사다, 목숨걸고 박사따온 그에게는, 상황 자체가, 모독일 수 있으리라, 어제 그는 그의 세리모니를 마치고 돌아온 뒤부터 일체 말이 없다, 자정이 넘도록 그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어두운 벽만 응시하고 있다, 언제나 그가 도맡다시피 한 마루 청소도 하지 않았고, 그의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던힐 파이프 소제도 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깊은 수치심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분노와 반성의 느린 신진대사를 하는 중일까,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그는 面壁에 들어가 있다,
내가 돌아와 자리에 쓰러지면 그는 맨 먼저 달려와 옷을 벗기고, 마치, 상처받은 짐승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나를 다루어 주곤 했다, 확실히, 그에게는 인간적 의무에 대한 거의 완전한 동정심이, 그의 서구적으로 쎄련된 모스츔 위에 놓일 때의 두드러진 장점이 있었다, 崔교수가, 누워 있는 나에게, 日本 格言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는 말이 있어요, 했을 때도 그는, 왜 비에 젖어야 합니까, 우산이 있는데, 하고, 꼭 어린애같이 항변한 적도 있다, 그에게는 부인할 수 없는, 행복한 이상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한번도 젖어 본 적이 없는 40 대다,
崔교수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세대라고 말하는 50 대다, 6·25 당시 전쟁을 피해, 부산서 부두 노동을 하면서 공부한, 도덕보다 목숨이 앞섰던 死活的 상황을 무사히 통과한, 스스로도 부끄러운 세대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그래서 어딘가 입지전적인 데가 있다, 그의 상황은, 윤리적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分斷狀況과 歷史意識, 創造와批評社, 서울, 1976 년을 저술한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사학자가 아니다, 그는 역사가다,
네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마룻바닥에 이렇게 퍼져 있으면, 흡사, 끝없이 어디론가 떠내려 가고 있는 뗏목에 누워 있는 것 같다, 이 뗏목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선생님, 崔교수는 읽던 책에서 얼굴을 들어 올리고 한참 동안 천장을 본 다음 다시 책 속에 얼굴을 묻는다, 글쎄요, 제 자리 아닙니까, 지금 그는 나에게 빌린 朴景利, 土地, 知識産業社, 서울, 1980, 제II부 간도편을 읽고 있다, 어때요, 대화재 후 서희는 목재 장사로 다시 돈을 긁지요, 홍이네는 갈수록 악만 바락바락 쓰고요, 월선이는 갈수록 꽃피지요, 길상이가 혼자서 흑룡강가를 바람맞으며 걷는 모습 보여요, 송장환의 역사 의식에 대한 한 말씀, 지리산과 간도는 어떻게 이어지나요, 이부사는 벌써 연해주로 갔나요, 일본 간 그의 아들 이상현은 어떻게 지냅니까, 안부하세요, 봉순이는 기생 되고요, 유생 김훈장은 이제 늙고 초라해지고요, 용이는 벌목하러 산에 들어가고요,
장승백이 삼거리에는, 봉천동 방면과 신림동 방면을 화살표로 갈라놓은 이정표가 걸려 있다, 그 奉天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아,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의 두만강을 건너간다, 그 푸른 물, 그 모래바람, 그 갈대밭을 마음으로만 건너간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고향을 버리고 처자식 노부모를 버리고 제 목숨까지 버리고 그 기약 없는 길로 떠났을까, 이름 없이 얼음 속에 육신을 묻은 그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일까,
어디선가 플라터너스 잎이 한 차례,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의 발자국이 묻지 않은 地上은 어느새 여름으로 옮겨가 있다, 地層에 끼인 새우 化石같이 잔뜩 등 구부런, 鄭선생은 이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훅훅 찌는 낮에는 극성스럽게 달라붙던 파리들도, 30촉짜리 전구에, 천장에, 벽에, 바닥에 붙어 있다, 곤충에게도 잠이 있을까, 나는 담뱃불을, 벽에 붙은 파리 한 마리에 가만히, 대어 갔다, 내 손끝이 닿기도 전에 파리는, 꼭 벽돌에 빗맞은 총알처럼 피웅 휘어 날아가 버렸다, 그 파리는 나비가 아니요, 김형, 갑자기 申교수가 깔깔대며 웃었다, 그때야 나는 그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그 벽에 파리가 붙어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그의 默言이 깨진 사실에 더 놀라워 그를 보고, 崔교수 쪽을 한번 보았다, 손과 날개는 相以기관이 아닌가요, 崔교수가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