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상 위에 모양도 색도 다른 글자들이
실꾸리 같은 직선, 곡선들이
발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내달려
사방팔방 길을 낸다
번듯한 큰길을 버리고
뻣뻣하게 굳은 대로를 버리고
마음이 흐르는 곳마다 우글거리는 길
꿈틀꿈틀 요동치는 길 하나 움켜쥐면
쩌릿쩌릿 몸 속으로 흘러들어
상하좌우 다 버리고
얼핏 지리멸렬,
그러나 살아 퍼덕이는 길
인사동이나 가회동 골목길에 들어서면
내 마음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흐르고 나서 나는 비로소
미루나무 이파리로 반짝이고
금빛 은빛 냇가의 잔물결로 찰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