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죽지 않는다 - 김소연에게
유하 | 601  

이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말하노니
지금은 침묵하는 시가
온갖 현란한 이미지들 밖에서 서성이는 시가
언젠가는 다시 카니발의 아침을 열리라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은 단단한 침묵인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오듯이

친구여, 시를 향한 세상의 말없음을
이미지들의 냉소를 두려워 말라
그대의 시를 찬미하던 사람들은
이 저녁의 선술집을 떠나갔다
지금은 다만 금빛의 말들, 그 한줌의 모래알들이
모조리 빠져나간 손바닥을 쓸쓸히 들여다볼 시간
그러나 친구여, 창 밖을 보라
오늘도 저녁의 호랑나비는
뜨거운 심장의 저편에서 훨훨 날아와
그대의 시를 재촉한다
이제 시의 축제는 시의 내부에 있다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영혼이 그대 손가락에 깃들인다
쓰라, 나비의 율동에 수없는 음표를 달아주라
그리하여 그대의 시들로 하여금 그대의 시를 찬미케 하라
사람이 아니라 시가 시를 사랑하고
시가 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시가 시에 취할 그날이 우리 앞에 오고 있다

친구여, 복사씨와 살구씨의 단단함처럼 사랑을 노래하라
그래도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영혼은
이 저녁의 적막을 지나 그대 손가락에 깃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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