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동박새 둥지
유하 | 717  

아주 오래 전부터 내 마음 깊은 곳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 살고 있어
송진 향기 가득한 어느 날,
동박새 날아와 둥지를 틀었네
그 작은 새의 둥지가 내겐 단 하나의 국가였네

내가 섬기는 백성이란 오직 태양과 달,
그리고 눈뜨면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
가끔 바람이 불어와
마른 솔잎 몇 개 세금으로 걷어갈 뿐이었네
그 나라엔 게으름도 부지런함도
다스림도 복종도
권리도 의무도 없었네
달빛 닿는 곳이 국경이었네
문 밖이 우주였네
따스한 알의 침묵만이 사랑의 전부였네

내가 사는 나라의 영혼은 너무도 가벼워
아무도 짓누르지 않았네
둥지의 새는 소멸해도 무덤의 무게를 남기지 않는다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람은
둥지를 이루는 잔솔가지 하나 둘
천천히 허공으로 걷어갈 것이네

어느 날인가 내 마음 깊은 곳에
동박새 날아와 둥지를 틀었네
그 작은 새의 둥지가 내겐 단 하나의 국가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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