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바닥에 까만 수박씨가 흩어져 있다
저 검은 얼굴의 카오스,
굳게 입을 닫은
터지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
일촉즉발의 순간이다
단단히 여문 고요의 검은 눈동자
바닥을 주시하고 있던 수박씨가
조금씩 살아 움직인다
캄캄한 외로움에 지쳐
꼼질꼼질, 스스로 제 몸을 열었다
마당 귀퉁이에서 엿보던
참새 한 마리
눈을 빛내며 종종종 걸어온다
순간, 파리 떼가 호르르 날아간다
내가 본 것은 수박씨인가,
파리 떼인가
어젯밤,
그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