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많은 이들이 내 속을 들락거린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만들어지고 금방 휘발한다
사방의 벽들이 녹아내리고 내가 불쑥 솟아오른다
내달리던 곧은 도로도 흐물흐물
남한강 돌밭의 돌들이 튀밥처럼 펑펑
터진다 산 중턱의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나 산발을 하고 펄럭인다
순식간에 구름들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지고
골목길이 비틀거리다 달빛을 잡고 하늘로 올라간다
쉿! 돌 속으로 걸어 들어간 여자가 새 단장을 하고
살며시 다시 돌 밖으로 걸어 나온다
툴툴거리던 돌들이, 돌의 거친 입들이 매끄럽게 다듬어졌다
조각조각 떨어져나간 돌의 살점들
잡념을 떨친 석상이 날아갈 듯 서 있고,
강물이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데리고 흘러간다
언제나 죽음과 사이좋게 동행한다
누군가 수제비 덩어리 같은 구름을 뚝뚝 떼어 흩뿌리고,
널름널름 받아 삼킨 바다 위로 새싹처럼 솟는 저것은
뱃속에서 싹 튼 빗방울 씨앗,
투신한 빗방울의 푸른 정령이다
무정형의 푸른 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