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경리 | 346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등교하려고 집을 나서면
가끔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은 조막만 했고
입을 굳게 다문 노파였는데
가랑잎같이 가벼워 보였으며
체구는 아주 작았다
언덕 위 어딘가에 오두막이 있어
그곳에서 혼자 기거한다는 것이었다
지팡이를 짚으며 그는 지나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빌어먹기 위해
노파는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작량을 잘했으면 저 꼴이 되었을까
젊었을 적에 쇠고기 씹어 뱉고
술로 세수하더니만
노파 뒤통수를 향해
그런 말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젊었을 적엔 노류장화였던걸까

명기쯤으로 행세했던 걸까
노파는 누가 뭐라 해도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내려가던 뒷모습
몰보라는 이름의 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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