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눈보라 속의 참새
유하 | 612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건
지혜도 자존심도 거창한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내가 나를 착하다, 라고 인정할 수 있는 거였다
저 눈보라 속을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
그 시린 발을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물론 난 이런 식의 뻔한 참회나
도덕적인 결론이 나 있는 고백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날아가는 참새여, 난 말하련다
내 눈보라 서정의 실체에 대하여
저 순백의 눈밭에선 구운 참새 냄새가 난다
너무도 생생하게 구운 참새 냄새가 난다
나는 지금 참새의 시린 발을 아파하며, 어린 날
겨울 처마를 뒤져 그를 숱하게 잡아먹던 날들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난 늘상 사소한 동정과 연민을 당의정 삼아
크나큰 죄악을 별 쓴맛 없이 삼키곤 했다
저 거센 눈보라 속 참새의 시린 발에 속죄하면서
실은 유리창 내부의 훈훈한 온기를 즐기면서
나를 줄곧 착하다, 라고 믿게 했던
마음의 악마,
그것을 다스리는 힘이 진정한 선이라는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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