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온다
유하 | 644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에
제비는 둥지를 짓지 않는다

긴 막대기로 제비집 부수기 시합을 하는
미운 일곱 살 아이들
재재거리며 뛰논다 해도
사람들의 웃음, 봄꽃처럼 살랑이는 그런 마을 처마에
제비는 검은 연미복을 입은 제비는
먼 바다를 건너와 집을 짓는다
사람이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사람의 향기에 사람이 아름답게 취하는
그런 곳에 제비도 집을 짓고 싶은 것이다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의 주인인
사람들과 더불어, 검은 연미복의 제비도
한바탕 삶의 잔치를 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보라, 지금 빈 마을 밖에서 들끓고 있는
저 인간들의 온갖 악취를
제비가 살지 않는 빈집은 알리라
폐허의 세상을 만든 건 오직 인간들의 발길이었다
새들은 떨어지고 물고기는 떠오른다
그 옛날 검은 연미복의 제비가 생각했던
삶의 잔치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제 제비는 저 난바다를 건너서 오는 게 아니다
귀한 사람과
자꾸만 귀한 그 무엇들을 버려가는 사람들 사이,
그 멀고먼 마음의 거리를 날아서
제비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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