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모아 파는 집
산더미처럼 쌓인 종잇더미 위에 고무 호수로 물을 뿌린다
무거워야 돈을 더 쳐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집 주인은 종이에 물 먹이는 것도 모자라
종이 위에 아는 체하는 것들을 울리고, 있는 짐들마저 어질러 파느라
세상에 자꾸 미안하다

마감날짜를 훨씬 넘기고
얼마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기어이 얼마를 쓰고 마는
자꾸 한쪽 다리까지 저울 위에 올려놓고 마는 나는
이제 무거워져 끌리는 몸마저 종이 위에 올리려 든다

시간들은 급해서 얼마나 옹졸한가
왼 피와 오른 피가 섞이는 무늬를 먹으로 바라보다
왼 날개와 오른 날개가
서로를 뜯어말리는 아우성을 붓으로 생각해도
종이 위의 시간들은 급해서 또 얼마나 배고픈가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용하지 않은 돼지였으므로
절대 이 의식들을
가득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