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바닥에 장갑이 툭 떨어진다
견디지 못하고 내 몸에서 뛰쳐나간 손,
피가 흐르지 않는 기억의 검은 눈
멀뚱하니 나를 쳐다본다
찰칵, 셔터가 열렸다 닫히고
갑자기 내가 낯설다
흠칫 놀라며
낯선 내가 바닥에 떨어진 너를 얼른 줍는다
출가했던 네가 다시 돌아와 나의 손을 잡는다
잠시 내 안을 들락거린 장갑
다 보아버린 듯 히죽히죽 웃는 사이
화끈거리는 얼굴, 기억의 가파른 계단을 몸으로 다 삼키고
나는 서둘러
꽃대처럼 불쑥 지상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