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만해마을, 겨울 짐승과 나란히 누웠다
먹이가 부족하여 여러 날 굶고 있는 까칠한 짐승
온몸의 털이 부숭부숭했다
제대로 운신도 못하고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 희끄무레한 버짐도 피어 있었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모른 체 했다
놈도 애써 눈길을 피했다
한밤중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끙 하며 산이 돌아눕는 소리
바람소리만 적막을 훑고 지나갔다
짐승의 갈비뼈가 덜덜덜 떨리는 소리
창문을 열고 나는 다시 놈을 불렀다
들은 체도 않고 버티는 거대한 덩치
나는 냅다 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제서야 산이 꿈틀,
우두둑우두둑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놈이 벌떡 일어나 포효하며 앞을 향해 내달리고,
천파만파 산자락이 굽이치며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눈앞에 버티고 있던 산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