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뽑힌 오리가
날아다닌다.
달은 떠 있고 기타는 슬프다.
가벼울 대로 가벼워져 깃털처럼 약한
인생도 따라서 슬프다.
밤공기를 가르는 셔틀콕의 아픔
존재와 소유의 경계에서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친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경계를 넘어
밤하늘을 날아다닐지 모른다.
언제가 나도 다 잃은 채
기타가 울듯이 울지도 모른다.
달은 떠 있고 인생은 무겁다.
나는 잠시 시공간적 좌표를 잊어버린다.
간신히 털 뽑히지 않고 견디어온
지상의 오리들이 셔틀콕을 날린다.
다가올 공포를 애써 누른 채
날아오는 셔틀콕을 맞받아치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산 채 털이 뽑히는 오리들의 비명이
경쾌한 소리 내며 날아다닌다.


*배드민턴 셔틀콕 하나를 만드는 데 오리 서너 마리의 깃털이 들어간다.
탄력과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오리는 산 채로 털이 뽑힌다는데, 셔틀콕에 꽂힌 열여섯 개 깃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