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사랑한 건 그녀의 눈 때문이다.
그 눈은 언제나 말을 했고
싸락눈 내리듯 젖어 있는 발등 위로
내 발 포개며 나는 그녀의 전생과 나의 전생이
포개진 두 발처럼 겹쳐진 것을 본다.
그녀는 전생의 나였고, 나는 전생의 그녀였으니
내가 그녀를 사랑한 건 부질없는
지나간 생의 언약 때문이리.
우리가 함께 지난 생에서 저질렀던 몹쓸 짓은
환생의 끈 되어 이번 생을 상처 내고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채근하는 내 마음은
어둠의 문 안에서 기쁨을 구하고 있으니
구름의 발과 장미의 심장 위로
지난 생 내가 얻으려 했던 것은 무엇인가?
침묵의 공간에서 그저 눈으로 말하며
그 귀로 내 가슴에 박히는 못 소리 듣는
은근하고 깊은 저 울음은 누구의 우물이며
이제는 나를 버려
나 또한 버림으로써 더 깊어진 그녀의 슬픈 눈은
무엇이 남긴 강물인가?
흘러서 세상을 씻는 물은 흐름 가운데 멈춤을 익히는데
사람에 다친 이의 한 생은
멈춰서도 간다. 머물러 있는데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