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박경리 | 270  

몸매는 깡마르고 자그마했다
약간의 매부리코
그 코끝에 눈물방울이 달리곤 했다
눈에는 이상하게 푸른빛이 감도는
외할머니의 모습이다

말씨는 어눌했다
돈을 셈할 줄 몰랐고
장에 가서 물건 흥정도 못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곧잘 다투었다
주로 어머니의 원망과 한탄이었다
대거리할 말을 찾지 못한 할머니는
입술만 떨었다

어머니의 원망과 한탄은 뿌리가 깊었다
혼인 때 신랑 집에서 보내온 예물을
외삼촌 장가드는 데 써 버렸다는 것에서부터
아버지가 새장가 들 때
갈라서는 조건으로 사 준 집을
외삼촌 노름빚으로 날렸다는
대강 그런 내용의 원망이었다

어머니가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하러 왔던 외할머니는
죽을 쑤고 빨래를 하기도 했으나
만사가 서툴고 얼씨년스러웠다
어린 나는
병원의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았다

딸들 집을 전전하던 외할머니
말년에는 아들네 옹색한 셋방에서
진종일 긴 담뱃대만 물고 있었다
인생을 노름판에서 탕진한 아들
그 외아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딸들 앞에서 울던 외할머니
해방 직후
그분 역시 팔십 장수 누리다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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