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파편처럼 도처에
김형경 | 524  

난 다 보았다 이 강산 머리에서 발꿈치까지
고운 때 낀 속곳과 구멍 난 양말까지
그 잘난 속살과 겨드랑이까지
샅샅이 보면서도 다만 지나갔다

내가 지날 때 그들은 나를 가두었다 저수지 논에
높은 절벽에서 나를 밀었다 자신들의 어둠 밝히기 위해
온몸이 깨어지고 만신창이 된 나를
그들은 또 잡았다 쉬어 가라고
여름은 짧은 밤 겨울은 긴 밤
그 허리 베고 쉬어 가라고
음탕한 눈빛으로 나를 꼬였다

용서하라 그대들과 고여 함께 썩지 못함을
그대들의 발밑에서 내 발 밑으로
몇 억 광년을 두고 저주가 오가도 오늘 밤
내 몸은 유리 파편처럼 도처에 흩어지고
흩어져도 기어이 빛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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