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이력
김형경 | 558  

나도 이전엔 한 그루 나무나 날아가는 새였는지 몰라
치술령 고갯마루 기다림 한에 얼어 서 있거나
동굴 속 부처의 형상으로 가부좌 튼 내 동료들도
먼먼 예전엔 사람이었는지 몰라
관가 마루 높은 기둥 받치던 내 동료 불타 죽고
앉은뱅이 누구는 대궐 잔치판에서 녹두를 갈고
또 다른 누구는 성곽 벽에서 총알받이 되고
손바닥만 한 텃밭 지키다 군홧발에 짓밟히어도

그 부릅뜬 눈으로
두고 보는 게야 만수산 드렁칡이 서로 엉겨 즐거이
개미 떼 벌 떼 떼서리로 긁어모으며 즐거이
이 강산 살찔 때
저들이 다시 살아 무엇이 되는지
처음 태어났던 사과나무 아래 징그런 몸뚱이의 뱀으로
거꾸로 매달린 넓은 손의 박쥐로
물 위를 딛고 선 긴 다리의 소금쟁이로 그런 것들로
허공에 다시 삶을 펄럭일는지

두고 보면서 한 천년 누워
할 말 뜨거운 마음 땅 가까이 가라앉히면
내 이마에서 푸른 달빛 푸른 노래 솟아날까 몰라
푸른 들판 홀로 지키는 푸른 솔이 될까 몰라
죄 많은 인간의 자식들 다시 태어나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뼈 묻힌 바로 그 자리에서
저들이 또 싸우지 않으면 무얼 하는지
다시 한 천년쯤 두고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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