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어머니
김형경 | 429  

오래 묵은 체증이나 사랑하며 살지
자식 하나
허리 휘는 밤나무 밑동 흔들어
덜 여문 밤송이까지 모두 털어버릴 수 있지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가난한 자식의 어머니로 태어나 호강 한번 못하시고
그 자식의 늦은 귀갓길에 나와 바라보는 별빛
밝으신지 큰아들 징용 가 소식 없고
학도병으로 잡혀간 둘째 놈 유골상자 받아 안고
막히던 가슴 가누지 못할 때
손재주 많던 셋째 북으로 끌려가더라고
사람들이 말해도 돌아오겠지 기다린 세월 서른 몇 해
처마에 내걸었던 호롱불 전등으로 바뀌었다
어릴 땐 늘 맞고 들어오던 막내 그 연약함으로 살아남아
살아남아 또다시 비겁하게 다른 나라로 이사 가려 할 때
일없다 내가 왜 그 낯선 곳으로 가겠느냐
머리로 몰리는 피를 달래시며 돌아눕는
슬픈 등허리가 이 강산 어느 등성일 닮았더니

열 손가락 하나씩 깨물어 보이시며
어디 가서 어떻게 살더라도
성씨 하나 제대로 지니고 살아준다면
그게 에미 바라는 마지막인데
가기 전에
내 밤마다 기대어 서던 문밖 밤나무나 자르고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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