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일 다 끝나고
달빛은 동네에 가득합니다
어머니님은 달빛을 밟으며 마실 가시고
나는 엎디어 당신에게 편지 씁니다
어깨와 어깨를 기대고
달을 띄운 산과 산
그리고 강변의 달빛은
이럴 때 얼마나 아득하고 서로 좋은지요

당신의 집에 가고 오며
당신이 늘 보아왔던
우뚝우뚝한 산이며 그 봉우리들
그 위에 푸른 하늘
잎 피고 단풍 들어 지는 나무들과 산과 세월이며
산자락 아래 깃든 작은 마을들이며
당신이 손 잡고
친구들과 가방 메고 걸었던 들길이랑
당신이 자라오며
어쩔 때 기쁘고
어쩔 땐 까닭없이 외로와하며 보냈던
당신의 눈에 익은 산천들을
내 눈에
내 맘에
내 몸에 익히며 집에 왔읍니다
우리 집에 다가올수록
내 눈에
내 맘에
내 몸에 너무나 익은
산등성이며 강 물굽이며
내 작은 들들이
언제나처럼
또 그렇게 다가와 나와 같아졌습니다

때는 단풍 들고
하늘 높은 가을인지라
무주 가고 오는
굽이굽이 고개고개마다
단풍이 곱고
고개고개 굽이굽이 굽이마다
사람 사는 고개 굽이 같아
더 좋았읍니다

사랑,
사랑은 이렇게
서로 살아온 세상을
서로 떠올리며
살아갈 날을 그려보며
눈에 맘에 몸에 서로 익히는 것이겠지요
그리하여 사랑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 가서
기쁨이 되고 슬픔이 되고
서로 좋고 서로 고운 사람이 되어
서로 서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서로의 몸에 배는 것이겠지요
자연스러운 기쁨과 슬픔이 우러나와 고여
뛸 듯한 기쁨으로 우리 함께 얼싸안아지듯
자연스러운 기쁨이 지긋한 사랑으로
행복하게 다져지듯
그런 기쁨과 슬픔과 행복을 서로 다지며
이 한세상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것일 테지요

우리 잠깐 헤어지며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간절하고 절절한 눈길이며
차창 열고 얼른 손 내미었더니
얼른 내 손 가득
따스했던 손길이며
차 돌아나올 때
골목길을 고개 숙여 또박또박 걷던
당신의 호젓한 모습을 떠올리며
당신을 내 맘 안에
눈물 같은 기쁨으로 가득 담습니다
금방 보고 들어온 강물에 달빛 같이
금세 보고 싶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