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흐르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 시간
달리는 바다는 달리지 않는 바다
시간이란 아예 없는 겁니다. 최대의 재산인 꿈이 있을 뿐이죠
당신 체온이 필요합니다. 애완동물처럼 사랑을 받고 싶군요
당신 손이 내 몸을 간질이면 까르르르 웃으며 사루비아 꽃이 피고요
당신과 함께라면 어느 곳이든 무서울 게 없답니다

산란기가 아니라면 당신은 사랑에 휘말리고 있군요

뭐든 휘말려 지내지 않으면 인생은 견딜 수 없는 거예요
당신 집처럼 빚더미에 휘달려 견디기 힘든 경우도 있지요
게임방에 DDR에 흠뻑 취해 춤추는 애들을 보세요

요즘은 춤추는 게 혁명이군요

멈춰 있는 순간을 견딜 수 없는 거죠
도마에 숨죽여 누운 물고기가 되기 싫은 거죠
시장에서 생태 한 마리 사들며 부른 제 노래
잊혀질 노래 한번 들어 봐요

무언가 열광하고 금세 잊어 간다
유행가가 사라지듯
구두 소리 멀어지듯
만사 일회용 그릇처럼 쉽게 버려진다

사람들이 맑스와 레닌을 잊고
채플린과 남정임을 잊고
광주 5·18항쟁도 잊고
오직 잊는 일만 남을 때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