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면도를 하는데
수염은 잘 깎이지 않고
아프기만 해서
면도날을 잘 들여다 보았더니
내 수염보다 몇 배는 더 긴 털들이
면도날에 붙어 있었소.

난 이상하다......해서
당신에게 물었소
이게 무슨 털이냐고
그랬더니 당신 종아리 털을
내 면도기로 밀었다고......

당신 종아리 털이 좀 억세오?
종아리 털 전용 면도기를 따로 살 것이지......!
아니면 내 면도기로 종아리 털을 밀었다고
얘길 할 것이지......
난 그것도 모르고 무뎌진 날로
내 수염 박박 밀었으니......
아, 쓰라려.

난 아침에 그렇게 출근하고
퇴근길에 마켓에 들러
파란색 일회용 면도기와
핑크색 일회용 면도기를 샀소.

난 집에 들어와
핑크색과 파란색 면도기를
내밀며 말했소.
파란색은 내 얼굴용,
핑크색은 당신 다리용.
그러자 당신은
전기면도기를 내보이며
전혀 미안한 감 없이 말했소.
"내 껀 새로 샀으니
그거 둘 다 당신 써요."

전기 면도기로 종아리를 밀고
일회용 면도기로 얼굴을 미는
화목한 우리 가정.

여보, 고마워.
이제 잘 드는
나만의 면도날로
수염을 깎게 해줘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