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당신이 꺼내준 와이셔츠.
보통 어제 입었던 것
하루 더 입을라고 하던 당신이
오늘은 왠일이요?

그런데 그 와이셔츠를 입으려는 순간..,
당신 몰랐지?
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추 옆이
붉게 물이 들어있었다는 걸.
그것도 아주 예쁜 연한 핑크색.

도대체 어디서 물이 들은 것일까?
와이셔츠도 가을을 타며
단풍이 든 것일까?

급해서 입고 나가긴 했지만
얼마나 신경이 쓰이고,
얼마나 창피했던지......

난 넥타이를 최대한 삐뚜로 달아
애써 얼룩을 가렸소.
그러다가 넥타이가 움직여
사창가의 흔들리는 불빛 같은 얼룩이
남의 눈에 띄는 건 아닐까?
하루종일 마음 졸였다오.
그러나, 오늘 밤 집에 들어가
와이셔츠에 얼룩이 졌다고
당신에게 보이기라도 한다면......

또,
내 생각엔 당신이 빨래를 할 때
당신 빨간 팬티와 함께 빨아서
이렇게 물이 들은 것 같다고
보충설명까지 덧붙인다면
그래서,
당신이 실수를 인정한다고해도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미안하겠소?

난 퇴근하기 전에 책상에 있던 잉크를
와이셔츠에 일부러 흘렸소.
그리고는 집에 들어가
내가 실수로 잉크를 쏟았는데
아무래도 이 와이셔츠는
버려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할테요.

여보,
앞으로 와이셔츠를 빨 땐
당신 하얀 팬티와 함께 빨아주었으면 하는
내 바람을 져버리지 말아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