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김재진 | 403  

밤은 지금 적막이 손님입니다
싸늘한 유리창에 손가락 흘려
누군가의 이름 하나 써놓고 떠난
상처는 내 생의 손님입니다.
어깨 가득 눈발을 얹고
발 없는 눈을 위해 바람을 데리고 온
막차가 출발합니다.
손 시린 사람들은 증기 대신
입김 내뿜어 길을 갑니다.
호수는 얼고 마음도 따라서 얼어붙습니다.
눈물도 얼고 기쁨도 얼어붙습니다.
모든 것이 다 얼어붙는다 해도
얼어붙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지워져버린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눈발에 채여 뒹굴고 있는
밤은 이제 눈보라로 윙윙거립니다.
적막이 손님이던 시절은 잠시뿐입니다.
모든 것이 다 지워져 하얗게 아픈
설국에 가면 적막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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