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김재진 | 401  

사람들은 기도를 무엇을 구하는 것이라 여기네.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할 때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속에서 더 이상
내 안을 비추는 따뜻한 빛 찾을 수가 없을 때
답답함이 세력을 얻어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내일이 안 보이는 깜깜함에 갇혔을 때
어딘가에 매달려 사람들은 기도하고 싶어 하네.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한때 내가 미워했던 사람과
한때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모든 벽들과
벽들이 갈라놓은 질식의 공간과
저녁의 식사와 아침의 푸른 공기 사이에 박혀 있는
갈구渴求의 절박함
그러나 기도는 뭔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네.
기도는 또 하나의 나
내 안에 숨어 있는 거인을 불러내는 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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