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둑을 참 좋아하오.
젊어서는 등산도 좋아했고
낚시도 꽤 다녔지만
지금의 난......
주말에 할 집안 일이 너무 많아
엄두도 못 내고 있소.

난 내 아내와 바둑을 함께 두며
인생을 논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꿈꾸기도 했었소.
그러나, 이제 그것은
남북통일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내가 혹 바둑판 앞에라도 앉으면
당신은 그런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다가
결국엔 발로,
손도 아닌 발로,
그것도 맨발로......
바둑판에 깔린 돌을
다 휘집어 놓으며 말을 하지.
바둑판에서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부업으로 구슬이나 꿰라고......

아내가 할 줄 아는 취미라고는
오직 실뜨기.
난 바둑도 못 두게 하면서
자기 심심하면
실뜨기를 같이 할 것을 강용하지.

실뜨기를 하다가
내 차례를 끝내면
왜 항상 같은 것만 하냐고
좀 특이하게 해볼 것을 요구하지.

그러다가 자기차례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시도하다가
실이 엉키기라도 하면
당신은 나에게
실 하나 똑바로 잡지못한다고
이내 화를 내버리지.
여보,
실뜨기하다가 당신 차례에서
실이 엉키는 건
당신 손이
너무 투박하고 뚱뚱하기 때문이요.

그리고 이건 반항이 아니고 부탁인데......
우리 실뜨기 대신 오목 같은 거 하면
안되겠소?
꼭 고려해주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