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의 치킨 샐러드
나희덕 | 367  

더블린의 밤, 불 켜진 집이라고는
취객들을 상대로 한 패스트푸드점뿐이었다
커다란 체스판 무늬의 바닥은
방금 물청소를 끝낸 듯 반짝거렸고
나는 지친 말처럼 검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체스판 저쪽의 한 남자,
리본 달린 머리띠를 둘러 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창밖을 바라보며
치킨샐러드를 천천히 되새김질했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들어왔고
치킨샐러드를 먹던 남자는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울다 웃다 울다 웃다
두 남자는 마침내 끌어안고 키스를 길게 나누었다
남자의 혀와 남자의 혀가 엉기는 동안
침과 침이 섞여드는 동안
그들의 입속에서 밀려다니고 있을
닭가슴살과 양상추와 파프리카와 콘플레이크,
누르스름한 머스터드 소스,
서로의 혀와 팔에서 풀려난 그들은
남은 치킨샐러드를 먹어치웠고
정작 먹먹해진 것은 체스판 이쪽의 관찰자였다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지만
한두 번 베어먹다 내려놓고 말았다
벽시계의 분침과 시침이 11시에서 잠시 겹쳤다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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