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함민목 | 1044  

눈이 내렸다
건물의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서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단면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초혼)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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