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婚/은혼
김명인 | 1008  

바닥의 무료까지 지치도록 퍼낼 생(生)이 거기 있었다는 듯
모든 풍경들 제 색깔을 마저 써 버리면
누런 햇빛 알갱이들 강을 싸안고 흩어지는 것 같아
물소리 죄다 흘러 보내더라도
더는 못 가게 마음방죽 쌓아 너를 가둔다.
잎들을 얽으려 할 때 햇살들이 마구 엉겨붙어서
초록 기억으로 흠뻑 젖었던 적은 없느냐?
그때에도 사나운 이목(耳目)이 다리 아래 격랑보다 더 두려웠다.
나는 무슨 워낭으로도 네 베틀 가까이
다가설 수가 없어서
갈바람 낙엽 행낭에 담아 세월이라 부친다.
받아 보거든 은하(銀河) 물살 거세었음을 알리라.
머리 위로 깃털 빠진 까막까치들 날아간다.
길 아닌 길도 땅의 것이라고
이제 내가 겨우 깨쳐서 놓고 있는 징검다리,
저문 혼례 그 언저리나 맴도는
이 가을날 꿈같이, 빛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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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 너무 긴 이별  15
702 가을의 양식  17
701 너를 볼 수 없다면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