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단을 부수어
하늘로도 가던 길이
저녁으로부터 내려오던 길이 사라진 것이었다
獨樂의 어느 누각이었다면
안개 짙은 어느 아침녘이
계단도 되었겠지만
우유도 신문도 올라오고 묵은 김장 김치 웃모가지를 양파 껍질과 함께 담은 쓰레기봉투도 내려가는,
난간이 요긴한 계단이었으므로
세상의 길은 잠시 사라진 것이었다
계단을 부수고 가설도 안 되어 잠시 길이 없는 동안
오, 나는 꽃처럼 피어났으니
그 悅樂을 모시는 법을
세상의 모든 꽃이 孤立임을
처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2
계단이 있던 자리를 마당에 보태고
시멘트 가루를 내어 버리고 철근을 자르고
허공을 업어다 옮긴다
계단을 살구나무 아래서 시작된다
하늘을 깎아서 칸을 만들고
右로 꺾어 현관에 닿는다
허공을 걸어나가 左로 꺾어 지상에 닿는다
나는 갑자기 정객이 된 기분이다

3
옮긴 계단에 서면 나는 가뿐하다
모든 무게를 버린 듯
회고도 미래도 버린 듯, 춤도 버린 듯 가뿐하다
죽음도 숨고
봄도 숨고
이별도 숨고
하룻강아지도 숨는 계단
살구나무 아래로
계단을 옮기고 나는
꿈보다는 정치를
시보다는 산문을
더 잘 할 듯이 가벼웁다

4
계단,
집의 羽化
날 수 있다는 듯이
나의 정신까지도 바꾸려 든다
살구꽃 피어나면
다시 悅樂을 모실 수 있겠지
孤立을 모실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