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의 기억
김재진 | 43  

혹 속에 갇힌 샘은 어디로 흘러갈까?
눈 속으로 슬픔을 흘려보내며
무릎 꺾어 낙타는 세상에 굴복한다.
꽃 한 송이 없는 사막에서 사람들은 목화를 심고
어제 내가 봤던 신기루는 부유하는 사막의 미래,
등에 샘을 파둔 짐승의 오지 않는 과거였다.
과거의 예감과
미래의 기억 사이에서 나는 불면이고
숙면을 취한 날은 모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사막에선 아무도 삶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삶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가두었고
갇힌 방 속에서 모래 태풍이 누란의 기억을 학대했다.
누란은 어디 있는가?
몇 마리 도마뱀을 키우는
밤은 연민의 꼬리 또한 길게 키우고
기르기로 했던 머리카락 자르며 나는
숨 쉴 수 없었기에 아무것도 동정할 수 없었다.
누란은 정말 어디 있는가?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생각을 붙들어
한 그루 홍유紅柳로 타오른들 무엇하랴.
생각이 무너뜨린 사막의 누각들이
고성高聲의 민요 끝에 신기루처럼 걸릴 때
아무것도 유보하지 않은 삶의 채찍이
굴욕으로 이력 난 당나귀의 근육 깊이
질기고 욕된 역사를 새겨 넣는다.
생은 부메랑 되어 손가락에 잡히는 원반 같은 것이 아닌데
나는 너무 먼 길을 돌아서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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