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구는 똑같은 속도로 바람을 뽑아 올리고
쾅당 쾅당 쾅당 쾅당
그는 맨살의 시우쇠*를 잽싸게 두드리며
비수처럼 번쩍이는 불을 캔다.
검은 이탄의 거죽에서는 자꾸만
먹장 같은 불꽃이 튀어 오르고 또다시 튀어 오른다.
화력은 끓는 勞役의 피다.
시간은 쉿쉿거리며 증기처럼 산화하고
더 먼 곳에서는 순식간에 몇 세기가 죽어 버렸다.
천지간에 불붙는 일요일의 피.
닳아 오른 살. 완강한 鬪魂.
그는 王命처럼 받들고 그의 업을 지킨다.
보이지 않는 등불이며 질병의 한끝까지
세상을 지키고 세상의 한끝까지 지킨다.
무거운 형벌들이 솟아오르고 스러지고
또다시 솟아오르는 저 시뻘건 용암의 굴.
아으! 저 혓바닥. 저 목구멍.
그는 이탄만 한 검은 대가리를 던지고
꾀 많은 저 졸병들도 가차없이 던져 버린다.
풍구 속에서 바람은 스스로 빠져나오고
불을 캐는 그의 손바닥은 바로 熱風이었다.
숨 쉬는 건 그야말로 영원이다.
그의 손끝에서 끝없이 비수는 날아오르고
날아올라 이 시대의 정곡을 찌르고 찌른다.
山嶽같이 다가서는 밤의 모서리를
말없이 소리치고 어둠을,
죽어 버린 침묵의 기둥들도 찔러 버린다.
찌르고 짜를 것은 모두 찌른다.
빠르게 칼을 거두워 피를 간다.
쓱싹 쓱싹 쓱싹 쓱싹
열심히 열심히 피를 간다.

*시우쇠: 무쇠를 불에 달구어 단단하게 만든 쇠붙이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