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위하여
박정만 | 23  

肝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 새가 날아와서
하루내 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오랜 만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고,
한 생각을 잊기 위해 뜻없이 책을 읽고,
일없이 고향에 돌아갈 꿈을 꾸고,
그러다가 가슴의 통증을 잊기 위해
요 위에 배를 깔고 주검처럼 납작 엎드리었다.

여봅시요, 여봅시요,
하늘 위의 하늘의 목소리로
누군가 문밖에서 자꾸만 날 부르는 소리.
혼곤한 잠의 머리맡에
또 저승새 내려와 우는가 보다.

나 죽으면 슬픈 꿈을 하나 가지리.
저기 저 끝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애간장이 다 녹아나서
흐르고 흘러도 언제나 은빛 기러기가 되는 곳,
그곳에서 반짝이는 홍역 같은 사랑을.

아픔이 너무 깊어 또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지 알 수 없는 흰 이마가 떠오르고
돌멩이 같은 것이 자꾸 가라앉는다.

어서 오렴, 나의 사랑아.
신열 복숭아 꽃잎처럼 온몸에 피어올라
밤새 헛소리에 시달릴 때도,
오동 잎 그늘 아래
찬 기러기 꽃등처럼 떠갈 때에도
분홍빛 너의 베개 끌어안듯 기다리었다.

한세상 살다보니 病도 흩적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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