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씨방 사이에서
나희덕 | 271  

오후 두 시
방은 갑자기 씨방처럼 줄어든다

두 개의 씨앗이 등을 맞대고 있는

서로의 숨소리에 놀라 눈을 감게 되는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수평선과 지평선 사이에서
붉은 꽃과 검은 그림자 사이에서
찰랑거리는 피와 응고된 피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와 멀어지는 소리 사이에서
점화와 암전, 환영과 환멸 사이에서

방과 씨방 사이에서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이 지나고

오후 두 시
씨방은 갑자기 방처럼 늘어난다

강한 빛에서 놓여난 눈동자가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시계는 힘겹게 세 개의 바늘을 돌리기 시작한다

다시 쐐기풀을 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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