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성
나희덕 | 234  

저 집은 왠지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저 집은 감미로운 불빛을 가졌군

저 집은 우울한 내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지

저 집은 저녁 다섯 시에 가장 아름다워

그녀는 집의 표정을 잘 읽어낸다
창문성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이 있다는 ㄷㅅ
집마다 눈으로 창문을 두드린다

풍경을 삼키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는
내면을 감추기도 하고 들키기도 하는
저 수많은 창문들은
집의 눈빛일까 입술일까 항문일까

물론 그녀는 알고 있다

창문성이 창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창문과 문의 관계, 창문과 벽의 관계, 창문과 지붕의 관계, 창문과 또 다른 창문의 관계, 창문과 계단의 관계, 창문과 커튼의 관계, 창문과 하늘의 관계, 창문과 빛의 관계, 창문과 어둠의 관계, 창문과 새의 관계, 창문과 나무의 관계, 창문과 사람의 관계, 창문과 마을의 관계, 창문과 마음의 관계, 창문과 시간의 관계, 창문과 창문 자신의 관계, 그것들이 투명한 구멍의 스크린에 비추어내는 형상이라는 것을

그녀의 산책은 자꾸 길어지고
창문들은 매일 다른 표정을 들려주고
창문 너머 그들은 불현듯 타인의 얼굴로 찾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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